일주일 전, 2월 21일.
약 10개월만에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나왔다.
2015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방탄소년단의 팬이었던 나는 이때까지 쭉 그래왔던 것 처럼
이번 앨범도 기대, 설렘 등의 기쁜 마음을 한가득 안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 안 남) 음원 차트 개혁(?)이 일어나면서
보통 00시 자정에 발매되던 음원이 저녁 6시에 발매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실 아이돌 덕질하면서 가장 떨리고 설레는 순간은 자정에 발매되는 음원을 기다릴 때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 소소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되어서 음원 차트 개혁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사람 중 하나인데,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한국의 저녁 6시가 내가 있는 곳의 새벽 1시가 되어서
정확히 자정은 아니지만 나름 비슷한 설렘과 떨림을 가지고 새 앨범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보통 내가 관심있는 가수들의 앨범이 발매되면 타이틀 곡 뿐 아니라 수록곡들까지 모두 다 들어본다.
앨범 컨셉이나 (아이돌 그룹의 경우) 각자의 세계관 같은 것들에 수록곡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앨범 트랙 순서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며 항상 곡도 순서대로 듣는 편이다.
방탄소년단은 2016년 윙즈 앨범 때부터 정규 혹은 정규 리패키지 앨범에 멤버 각자의 솔로곡을 넣기 시작했는데,
방탄소년단 일곱 명의 모습과는 또 다른 개개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일곱 멤버의 솔로곡은 방탄소년단 정규 앨범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서론이 너무 주절주절 길었던 것 같은데,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이번 앨범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이 글의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 앨범 솔로곡 중 내 최애곡은 뷔가 부른 "Inner Child"라는 곡이다.
이때까지 앨범에 수록되었던 뷔의 솔로곡들은 Stigma, Singularity라는 곡으로 약간 퇴폐적이고 끈적한 분위기의 곡들이었는데 이번에는 밝으면서도 아련한 분위기의 곡이어서 반전의 매력이 느껴졌다.
내가 뷔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데뷔초에는 강한 힙합 분위기의 곡들이 많았어서 뷔가 항상 목소리를 긁어서 내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그 목소리도 정말 매력 있지만 나에게는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우 힐링이 되는 것 같다. 특히 이 곡에서는 숨소리가 섞인 편안한 분위기로 노래를 불러서 듣는 사람에게도 그 편안함이 전달이 되는 듯 하다.
Inner Child는 뷔가 힘들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은 노래이다.
그 때 우리
참 많이 힘들었지
너무나 먼 저 하늘의 별
올려보면서
그 때의 넌
은하수를 믿지 않아
하지만 난 봐 버렸는 걸
은색 galaxy
아팠을거야
너무 힘들었을거야
끝없을 빛을
쫓아 난 달렸거든
이제 우리
많이 웃었음 해
괜찮을거야 오늘의 내가
괜찮으니까
어제의 너
이젠 다 보여
움트던 장미 속 많은 가시
안아주고 싶어
미소진 꼬마
마냥 해맑게 웃던 아이
그런 널 보면
자꾸 웃음이 나와
인터넷 사전에 따르면 Inner Child는 한 개인의 정신 속에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하는 아이의 모습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의 주관적인 경험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라고 한다.
뷔가 자신의 과거에 하는 말일수도 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해서 더 와 닿는 노래이다.
내 Inner Child는 어떤 모습일까.
그 아이에게 나는 빛이 되어주고 있을까.
나는 그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만큼 성장한 사람일까?
예전의 나는, 아주 어릴 때가 아니라, 불과 1,2년 전 고등학교 때만 해도 지금의 나와 다른 점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에 많이 휘둘리고, 힘들어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것들로 똑같은 이유로 힘들어 할 것 같다.
그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거니까.
뷔의 감성이 좋다.
자신만이 알고 자기 혼자 오롯이 안고 있던 성장의 아픔을 건강하게 극복하고 더 성숙해진 지금의 내가 과거의 자신을 어루만지는 것 같아서 먹먹하고 벅차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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